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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근 이완제(Muscle Relaxants)
1. 서론: 근이완제의 임상적 중요성
근이완제(Muscle Relaxants)는 마취과 임상에서 기관삽관, 수술 중 근육 긴장 완화, 기계 환기의 효율성 향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군이다. 특히 복부 수술, 흉부 수술, 신경외과 수술과 같은 고위험 수술에서는 정확한 근이완 상태의 유도와 유지가 수술 안전성과 직결되며, 마취간호와 마취유지 과정에서의 핵심 모니터링 요소로도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근이완제는 작용 기전, 대사 경로, 부작용이 약물마다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약물 지식과 과학적 근거 기반의 사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 글에서는 근이완제의 종류, 작용 기전, 임상 적용, 부작용 및 최신 연구 동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2. 근이완제의 분류와 작용 기전
근이완제는 크게 탈분극성(Depolarizing) 근이완제와 비탈분극성(Non-depolarizing) 근이완제로 나뉜다. 대표적인 탈분극성 약물은 석시닐콜린(Succinylcholine)으로, 빠르게 작용하며 단시간 유지되는 특징이 있어 기관삽관 시 자주 사용된다. 석시닐콜린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여 탈분극 상태를 유도한 후 지속적으로 그 수용체를 점유함으로써 근육 수축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전신의 근육이 일시적으로 이완된다.
반면, 비탈분극성 근이완제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하여 탈분극을 방해한다. 이 약물군에는 로쿠로늄(Rocuronium), 베쿠로늄(Vecuronium), 시사트라쿠륨(Cisatracurium), 아트라쿠륨(Atracurium) 등이 포함된다. 비탈분극성 약물은 약물마다 발현 시간과 작용 지속시간이 다르며, 주로 수술 시간과 대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된다. 이 약물들은 대부분 신경근 차단 모니터(TOF monitoring)를 통해 투여량을 조절하며, 수술 중 불필요한 과이완을 방지하고, 수술 후 잔여 근이완(Remnant Block) 위험을 줄이도록 관리된다.
3. 약물별 특성과 사용 시 주의점
로쿠로늄(Rocuronium)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탈분극성 근이완제로, 빠른 발현 시간과 중간 정도의 지속시간이 특징이다. 석시닐콜린 대체 약물로도 사용되며, 슈가마덱스(Sugammadex)에 의해 선택적으로 신속히 길항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응급상황에 적합하다. 슈가마덱스는 로쿠로늄 및 베쿠로늄과 결합해 근이완제를 불활성화시키며, 단 몇 분 내로 근육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
시사트라쿠륨(Cisatracurium)은 간 및 신장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Hofmann elimination이라는 비효소적 분해 경로를 통해 체내에서 대사된다. 이로 인해 중증 간·신부전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아트라쿠륨(Atracurium)은 조직에서 히스타민 방출을 유도하여 저혈압, 기관지연축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천식이나 심혈관 질환 환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탈분극성 약물인 석시닐콜린은 빠른 작용이 장점이지만, 고칼륨혈증, 악성 고열, 근육통, 지속성 근이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유전성 질환(BChE 결핍, 듀센 근디스트로피 등)을 가진 환자에게는 절대 금기이다. 특히 석시닐콜린으로 인한 악성 고열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4. 근이완 모니터링과 회복 평가
근이완제 사용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신경근 차단 모니터링(TOF: Train of Four)은 마취 중 반드시 활용되어야 한다. TOF는 말초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근육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근이완의 정도와 회복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TOF 비율이 0.9 이상일 경우, 자발호흡 및 기도 반사 회복이 가능하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TOF 수치만으로는 완전한 회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적 평가(머리 들기, 악력 회복, 혀 내밀기 등)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이완 회복 시에는 네오스티그민(Neostigmine)과 같은 항콜린에스터라제 제제가 사용되기도 하나, 슈가마덱스(Sugammadex)는 특정 근이완제에 대해 더욱 효과적이고 신속한 길항작용을 보인다. 슈가마덱스는 특히 로쿠로늄에 결합하여 기계적으로 약물을 중화시키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빠른 회복과 기도 확보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가격이 높고, 알레르기 반응 위험이 있어 전신 상태와 경제성 모두 고려해야 한다.
5. 최신 지견과 향후 전망
최근 마취과학의 발전과 함께 근이완제 사용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잔여 근이완증후군(Postoperative Residual Curarization, PORC)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개별화된 근이완제 투여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환자의 연령, 체중, 간·신장 기능, 수술 시간 및 예상 출혈량 등을 기반으로 근이완제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추천된다. 또한, AI 기반 모니터링 기술이 도입되며 TOF 자극 수치뿐만 아니라 심박변이도, BIS, 자율신경 지표 등과의 통합 분석을 통해 보다 정교한 근이완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근육 재생과 회복을 촉진하는 생리학적 접근, 예를 들어 NMJ(nueromuscular junction) 보호 약물의 병용투여, 전기자극 요법과의 병행 연구 등도 진행 중이다. 향후에는 마취약물 투여와 회복 전반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환자 맞춤형 마취 시스템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마취간호의 질적 향상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결론
근이완제는 단순한 약물이 아닌, 마취 전 과정에 있어 환자의 생명 유지, 수술 안전성, 회복의 질에 직결되는 핵심 약물군이다. 작용 기전의 이해부터, 정확한 약물 선택, 정량적 모니터링, 부작용 예방까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마취간호사와 마취과 전문가는 이러한 약물의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실시간 환자 상태를 기반으로 한 개별화된 근이완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최적의 환자 안전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근이완제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약물을 넘어, 정밀의료 기반의 약물 사용 모델 개발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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